김정기의 글동네/시

개개비새 둥지의 뻐꾸기 / 최양숙

서 량 2010. 8. 30. 23:25

 

개개비새 둥지의 뻐꾸기

 

                     최양숙

 

알을 품지 못하는

뻐꾸기

개개비새 둥지에  알을 낳고

종일 뻐꾹뻐꾹

피멍이 든다

 

둥지 찾아가는 아이

숨죽인 울음소리

밤낮 잃은 비행기가 삼킨다

공항의 팻말로 짝지워진

까만 안스러워

감싸안은 개개비새 둥지에서

아이와 함께 배우는 가나다라

사물놀이 장구소리

태권도 기합소리

어미 울음 지운다

양복 위에 한복입고 

옷고름으로 묶는다

한국이라는 나라

 

개개비새가 없는

아이의 잿빛 가슴

신음소리 부풀어

날개 밑에 고인다

날개짓마다 붉은 울음

뻐꾹뻐꾹

피멍이 든다

 

 

*뻐꾸기는 스스로 부화를 못시켜 개개비새나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둥지 맴돈다. 새로 어미가 새는 자기 알를 제치고 들어온 뻐꾸기를 부화시켜 먹이를 물어다주며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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