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비새 둥지의 뻐꾸기
최양숙
알을 품지 못하는
뻐꾸기
개개비새 둥지에 알을 낳고
종일 뻐꾹뻐꾹
피멍이 든다
새 둥지 찾아가는 아이
숨죽인 울음소리
밤낮 잃은 비행기가 삼킨다
공항의 팻말로 짝지워진
까만 눈 안스러워
감싸안은 개개비새 둥지에서
아이와 함께 배우는 가나다라
사물놀이 장구소리
태권도 기합소리
어미 울음 지운다
양복 위에 한복입고
옷고름으로 묶는다
한국이라는 나라
개개비새가 될 수 없는
아이의 잿빛 가슴
신음소리 부풀어
날개 밑에 고인다
날개짓마다 붉은 울음
뻐꾹뻐꾹
피멍이 든다
*뻐꾸기는 스스로 부화를 못시켜 개개비새나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그 둥지 를 맴돈다. 새로 어미가 된 새는 자기 알를 제치고 들어온 뻐꾸기를 부화시켜 먹이를 물어다주며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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