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옥수수 밭
조성자
살진 피로감으로 발등 부운 사람들을
철갑상어 산란하듯 부려놓고
기차는 몸을 일으켜 간이역을 출발한다
해 지는 곳을 향해
해 뜨는 곳을 향해
하루의 격전으로 뭉개진 하늘은
귓바퀴에 수선화 노란 빛을 꼽고
마법의 등에 기댄 꿈의 음모자에게는
밀교의 주술로
무시로 추락하는 육신의 팔베개로
달린다
기찻길 옆 눅눅한 함석지붕 아래서도
별들의 주소를 손금 사이에 입력하며
무성하게 자란 그에게
달아나는 순간에 길은 있다고
기적소리는 속삭여 주곤 했던가
사금을 고르듯 걸러지고 있는 체 위의 시간은
언제나 출발 중
어둠의 국경을 넘어가 보자고
종아리는 벌겋게 채찍 맞는데
기찻길 옆 옥수수는
내일도 푸르렀으면
무럭무럭 자랐으면
「시와시」 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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