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기차길 옆 옥수수 밭 / 조성자

서 량 2010. 8. 10. 07:16

 

기찻길 옆 옥수수 밭

 

                   조성자 



살진 피로감으로 발등 부운 사람들을

철갑상어 산란하듯 부려놓고

기차는 몸을 일으켜 간이역을 출발한다

해 지는 곳을 향해

해 뜨는 곳을 향해


하루의 격전으로 뭉개진 하늘은

귓바퀴에 수선화 노란 빛을 꼽고   

마법의 등에 기댄 꿈의 음모자에게는

밀교의 주술로

무시로 추락하는 육신의 팔베개로


달린다 


기찻길 옆 눅눅한 함석지붕 아래서도

별들의 주소를 손금 사이에 입력하며

무성하게 자란 그에게

달아나는 순간에 길은 있다고 

기적소리는 속삭여 주곤 했던가

사금을 고르듯 걸러지고 있는 체 위의 시간은

언제나 출발 중

어둠의 국경을 넘어가 보자고

종아리는 벌겋게 채찍 맞는데

 

기찻길 옆 옥수수는 

내일도 푸르렀으면

무럭무럭 자랐으면


「시와시」 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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