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잠
최양숙
어둔 밤 광풍에
가슴에 울리는 쿵 소리
뿌리는 흙을 움켜쥐었지만
땅바닥을 뒤집어놓고
드러내지 말아야 할
내장을 꺼낸 채
설 수 없는 나무
새벽 어스름에 눈뜨지 못하고
혼을 나누던 작은 새
깃들지 못해 슬픈
해 그림자는 기척 없이
바람 한 줄기 잡을 수 없는
메마른 잎새의 시간
하늘 향한 염원도
어우르지 못하고
잘릴 때를 기다리는
진한 수액 굳어진 날개는
푸른 잠을 잔다
그리고
여름날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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