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최양숙
싼티아고 가는 길
별이 쏟아지는 들판의 작은 돌마다
빛의 비늘이 새겨놓은 노란 화살표*
돌아오지 못한 야고보의 발자욱을
다시 걷는 시간의 순례자
동행이 있어도 외로움을 걷는 길
홀로 태우는 붉은 노을길
가리비 껍질이 감싸안은
못 박힌 손바닥에
영혼을 내어걸고
길목마다 노란 꽃으로 핀 그리스도
온전히 드리는 예배의 길
고요한 자연에 가식을 떨구고
유카리나무 숲에 심는 기도
새벽의 청향으로 퍼지고
치유와 희망은 빗방울에 스미어
사랑에 흠뻑 젖는 순례자의 길
노란 화살이 끝나는 세상의 끝
야고보의 하늘을 품은 곳
돌아오는 순례자의 언덕에서
다시 시작하는
생을 향한 순례길
* 스페인 북서부 지역의 도시, 싼티아고는 예수님의 제자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고 순교한 후 많은 순례객들이 다녀가는 성지로 싼티아고 가는 길에는
순례객들을 위한 표식으로 노란화살표가 길목마다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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