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젖은 아침 / 전애자

서 량 2010. 8. 5. 00:55

 

젖은 아침

 

                  전 애 자

 

바람이 돌아다니면서 끈끈이를 붙이니

나무잎들이 서로서로 부채질을 한다.

유리창에 햇빛이 번들거리자

가로등은 빛을 잃고

주인 따라 차들이 빠져나가니

파킹장은 광장이 되면서

가슴도 비면서 젖는다.

 

필요없는 살들로

찌든 생각들로  

무서운 손님이 찾아와서

스스로  ,다리, 배에

인슐린 주사를 찌르면서  

맹물같은 시간들을 뒤돌아본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공부하여

실천하라는 의사의 말이 따가워

무거운 몸을 일으켜

여름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습기  아침 거리를 걸으니

씨앗을 털은 풀들의 줄기들이

비대해져 있어 눈에 거슬렸다.

 

앞에서 *로빈이 먹이를 물고

엉덩이를 흔들면서 걷는다.

꽃을 밟고 돌아서니

말발굽에서 향기가 난다더니

밤새 이슬을 먹은 풀들로

운동화의 코가  젖어 올라온다.

김밥처럼 검게 말린 불안감이

펴지면서 생각은 맑아지나

몸은 절인 배추처럼 늘어진다.

 

 

*로빈(robin)- 울새, 새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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