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구름을 뛰어넘는 다람쥐

서 량 2010. 7. 25. 09:59

 

진실로

저라는 존재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지금을 사는 척하면서

한 가닥 미미한 생명을 영위할 뿐이랍니다

 

더더구나, "존재론적 탐색"이라는 개념일랑

백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저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합니다

 

제 풍성한 꼬리, 저 어둡고 울창한 모세혈관이,

교묘한 우주의 방향감각이, 저를 후루룩 툭툭

제어하는, 살아있음의 증거,

제 타고난 기능을 다하면 고만입니다

 

지금 숨을 세차게 몰아쉬고 있습니다 당신과

제가 하루에도 몇 번씩을 생각하는

우주의 팽창과, 그리고 무엇보다, 

긴밀한 수축을 위하여

 

별로 희한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고

저와 당신이 별로 예측하지도 못하는

기괴한 세상, 아기자기한 사연이 닥쳐올 추억을

곰곰이 예측하고 있을 뿐이랍니다 

미리부터, 이렇게

 

 

© 서 량 201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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