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대숲
윤영지
한적한 길 운전해 내려가다 오른편에 보이는 싱그러운 연초록 어린
대숲. 대쪽같이 곧다던 뻣뻣이 단단한 통념과는 달리 야릿야릿
보기에도 상쾌히 날아갈 듯한 이파리들이 콧노래 부르며 연한 줄기에
매달려 살랑거린다. 이파리에 투명했던 햇빛이 투박해지며 어둑
어둑해지는 하늘. 투두둑− 두둑─ 금세 질투라도 한 듯 쏟아퍼붓는
굵은 빗방울. 그 옛날 늙수구레한 아저씨가 옆구리에 한다발 끼고
한 손으로 흔들며 팔던 파랑 비니루 우산. 듬성 듬성한 대나뭇살 파랑
구멍 사이로 들이치는 물방울, 아저씨의 굵게 패인 주름 위로 마침내
떠오른 웃음이 가뭄을 적시며 빗살 타고 흥겨운 춤을 춘다.
2010.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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