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시누이의 죽음 / 전애자

서 량 2010. 7. 15. 21:38

 

시누이의 죽음

 

                       전애자

 

꽃들이

열매들이

다음 생을 위하여

투신한다.

기다린듯이

달려간 남편을 보고

말도 못하고 눈빛만 보내더니

시간 후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놓친 유리컵이

산산조각을 내며

폭음을

스치는 예감

환청이었는지 모른다.

 

물먹은 바람이

파킹장 울타리에 있는

쭉정이를 떨어뜨리고

몸을 감아 괴롭히는데

까만 창으로

별들이 무리를 지어 떨어져  

빛을 잃으면서

시누이의 얼굴을 검게 그려

시린 마음을 부채질한다.

 

재방송이 없는

생방송뿐인

한번뿐인 인생인데

무엇이 급해

젊은 나이에

딸을 남겨두고

삶의 줄을 놓았을까?

개떡같은 생각들이

마음 안에 쓰레기처럼

수북이 쌓여

나는 날바닥에 누워 잠을 청한다.

 

7/14/2010 . 막내시누이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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