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의 죽음
전애자
꽃들이
열매들이
다음 생을 위하여
투신한다.
기다린듯이
달려간 남편을 보고
말도 못하고 눈빛만 보내더니
두 시간 후에
눈을 감았다고 한다.
놓친 유리컵이
산산조각을 내며
폭음을 낼 때
스치는 예감
환청이었는지 모른다.
물먹은 바람이
파킹장 울타리에 있는
쭉정이를 떨어뜨리고
내 몸을 감아 괴롭히는데
까만 창으로
별들이 무리를 지어 떨어져
빛을 잃으면서
시누이의 얼굴을 검게 그려
시린 마음을 부채질한다.
재방송이 없는
늘 생방송뿐인
단 한번뿐인 인생인데
무엇이 급해
젊은 나이에
두 딸을 남겨두고
삶의 줄을 놓았을까?
개떡같은 생각들이
마음 안에 쓰레기처럼
수북이 쌓여
나는 날바닥에 누워 잠을 청한다.
7/14/2010 밤. 막내시누이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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