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 밥솥
황재광
너는 지금 압력 밥솥을 노려 보고있다
원폭의 버섯구름처럼 하얀 김 피우며
압력을 행사하는 그를 두려워하는가?
밥이 익어가는 동안
너는 어떤 폭정의 배후가 된다
그러나 권력의 실세는 밥이다
권력의 두껑을 연다
단단하던 쌀알들 뜨거운 눈물로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있다
눈물에 젖은 빵은 없다
눈물에 젖어있는 밥만 있을 뿐이다
악어의 눈물처럼 빛나는
밥의 압력이 우주의 중력 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압력 밥솥을 노려보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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