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이상한 스페이스

서 량 2010. 5. 17. 01:43
 
 

 그렇게 잠을 못 이룰 바에야 무지한 몸을 자꾸 뒤척일 것 없이 형광등 창백한 서재 벽 책장 뒤쪽 비밀 문을 스르르 열고 사이버 스페이스에 한 번 들어가 봐. 아라비안 나이트를 훨훨 날아다니는 카펫보다 등뼈 꾸부러진 신선들이 씽씽 타고 다니는 구름보다 몇만 배 더 빠른 속도로 푸르디 푸른 전자파장 세계를 마음껏 활주해 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말꼬리로 제작된 멋진 삿갓을 쓴 홍길동처럼.

 곱상한 시인들도 시인들이지만 때로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신원불명의 괴한에게도 말을 쓱 한 번 걸어 봐. 사이버 스페이스인지 꿈나라인지 경계가 분명치 않은 심층심리에 흠뻑 빠진 채 시시때때 마른 번개 번쩍이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그냥 마냥 잠이 들어도 좋아. 자판 앞에 코를 푹 박고 뺨에 손 자국이 나도록 쿨쿨 자도 괜찮아. 사이버 틈새를 열렬히 사랑하는 날렵한 손가락들이 부리는 이상한 요술 때문이라면.

© 서 량 201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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