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늘어진 수양버들처럼 흐느적거리고
비는 쏟아지고, 캄캄한 한밤중에
주절주절 쏟아지고
내가 당신과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서
봄이면 꽃놀이 가을이면 물놀이
배 고프면 비단실같이 가느다란 국수로
끼니를 때우며 곱게곱게 그렇게
누에처럼 사위어가면 어떨까
운명처럼 강한 힘이 또 있을까
인생은 칼날처럼 짧고 밤 또한 짧은데
꽃도 잠시 물길도 잠시
운명이나, 먹물 같은 밤도 마찬가지
나와 당신이 닭 한 마리
얼른 잡아, 칼국수며 고춧가루며
배부르게 포식한 후 슬금슬금 웃으면서
꽃놀이를 가는 게 어때, 정갈하게
향기 좋은 비누로 몸을 말끔히 씻고
봄이건 가을이건, 어느
청명한 날 물놀이라도 가는 게 어때
이 지랄 같은 세상 둘이서
벽에 똥칠할 때까지 그렇게
물씬하게 그렇게 화려하게
© 서 량 20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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