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 때였는지 남들 따라
진달래를 먹은 적이 있답니다
맛이 좀 쌉쌀했습니다 순수했지요
참기름 양념도 이태리언 드레싱도 간장도 없이
밥 없이 겉절이 김치 맛보듯이
입안에 침이 흥건하게
배 부르게 먹었습니다
소나 사슴이 바람 부는 들판에서
풀이며 꽃을 뜯어먹을 때도 기분이 이렇겠지, 싶었어요
비가공 식품, 비가공 봄기운이 제 몰캉몰캉한
비가공 배꼽, 언저리의 모세혈관과 지방세포를
저릿저릿 진동시켰답니다
언젠가는 고전적인 아카시아를 제켜놓고
독하게 생겨먹은 민들레도
날 잡아 먹어라! 하면서 우적우적
씹어먹어 봐야겠다, 했다니까요
여름 냄새 이상하게 얼큰한 어느 봄날에요
© 서 량 201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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