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가 글쎄, 백발이 성성한
요술쟁이 노인네,
구름을 훌렁 올라타고 질주하는
눈썹 무성한 신선의
옥양목 옷섶보다 더 씽씽하게 글쎄,
치렁치렁한 내 꿈결 길섶을
훑다시피 후루룩 들입다 날아가는 거에요
국수가 처음 입안에 들어올 때 소스라치게 차갑습니다
좋기만 해요 전신이
간질간질해지는 실국수가
이마에 묻어나요 자꾸 진땀이 나네요
고춧가루를 너무 넣었나 봐
유령처럼, 친숙한 유령처럼 국수는
근사한 유행가를 숨이 턱에 차도록
구성지게 부른답니다
눈물 젖은 두만강하고 많이 비슷한
어슴푸레 서글픈 멜로디를요
© 서 량 20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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