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시
김정기
샛길로 들어섰다
지도에도 없는 도시를 택하기까지
풀포기도 마르고 회색만 무성한
세계 제일의 거리를 떠나기로 했다,
함께 가던 사람이
갈래길에서 서로 갈라지기도 했다.
여기는 마음대로 색을 낼 수 있는
물감으로 가득 채워져
언제나 황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빛깔 친구들은 서로 어우러져
신비한 궁전을 세우고
우리는 시인나라를 만들고 있다.
여기는 왕도 없고 신하도 없이
모두가 최고 권력자로 번쩍이면서도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다.
바람의 살을 만지는 동행은
맑은 물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다.
© 김정기 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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