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수필

어린 부모 / 전애자

서 량 2010. 3. 1. 22:45

    며칠간 폭설로  이집저집 가지고 있는 눈덩이들은 불경기 속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미소를 지으며 오던 세일즈 맨들의 얼굴은  울상이고,  재고가 많아 산다고 하는 가게 주인의 말에 가게를 돌아 나가는 뒷모습이 처량해 보이는 것은 요즈음 가게들의 소경이다.

    발렌타인날에 팔리지 않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곰인형도 곱게 보이지 않고, 곰인형 손에 ‘ I LOVE YOU’ 라고 있는 풍선도 무게  있어 보인다.

     가게창으로 보이는  이불을 팔던 가게가 문을 닫고 셀로라폰 가게로 바뀐 가게,  미장원을 하다가 인도 사람들이 실로 눈썹을 다듬어 주던 가게 였다가 지금은 꽃집으로 변한 가게, 뮤직 시디를 팔다가  멕시코인들의 소품을 파는 가게로 변한 가게 , 여자옷 가게 였다가 남자옷 가게 였다가  여자 속옷을 파는 가게로 변한 가게, 잡화가게 였다가 지금은  빵집으로 변한 가게,  턱시도를 빌려주는 가게들은 모두 손님들이 없어 한가하다 . 그래서인지 가게들이 열었다가  몇달 견디지 못하고 주인들이 바뀐다.  

   나는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주위 가게들이 변하는 모습들은 물론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있게 되었다.

  요즈음은  우리 가게와 이웃 가게들에게서 부는 불경기를 같이 실감하고 , 세월이 흐름으로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관심있게 본다.

    엄마 손을 잡고  종종걸음을 하며  가게에 들어 오던 여자아기가  풍만한 젖가슴이 보이는  옷을 입고 여자향기를 풍기며 나타나고, 엄마 옷자락을  잡고 장난감을 달라고 떼를 쓰던 남자아기가 굵은 목소리와   체격으로  진한 남자 향기를 내뿜으며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피붙이는 아닐지라도 멋진 성인이 되어 나타나면 흐믓하고 좋은데, 질이 좋은 성인으로 나타나면 걱정이 되고 실망하기도 한다.

   많이 오는 눈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데  아기마차를  밀고 들어 오는 낯익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있었다.  미는  마차 속을 보니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가 고무젖꼭지를 빨고 있었다. 아기 엄마가  어려보여 나이를 물었더니 엄마 나이는 열세 살이고 아빠 나이도 동갑내기란다.

  , 마이 ! 아기가 아기를 낳았구나 !” 아연실색을 하는 나를 보며 아이는   모습이 오히려 우습고 이상한 모양이다. 자기 엄마도 열다섯 살에 자기를 낳았다며 당연히 말을 한다.    

과연 애들은 모성애나 부성애는 있는 것일까? 여자아이는 바비인형 가지고 놀듯이  남자아이는 로봇트를 가지고 듯이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가 싫어지면 장만감 처럼 버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좋지 못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라지 못한 어린나무가 열매를 맺으면 열매가 부실하듯 사람 역시 자라지 못한 여자애가 아기를 낳으면 엄마도 아기도 튼튼하지 못하고  병과 함께 하고 일찍 죽습니다.’      졸업식에 참석했던 아랫층에 사시는 한의사인 아저씨가 학생 중에 배가 동산 만한 여자애가 다섯 명이나 된다면서 혀를 차시며 세상은 말세다.’  한탄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래선지 어린 부모가 철없는 아이를 보니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가게에서 바디 쥬얼리를 가지고 가게문을 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어이없어 멍하니 바라 보고 있노라니  하얗게 오는 눈도 까맣게 보였고,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는 커피를  입에 대니 소태 씹는 맛이다.  그래도 나는 어린 부모와 고무젖꼭지를 물고 자고 있는  아기의 행운을 빌어 주었다.

   따뜻한 봄바람이 것이다. 봄바람과 함께 얼은 경기도 풀릴 것이다.

  바램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며…. 나는  새봄을 맞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