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야외주차장

서 량 2010. 2. 25. 14:37

 

낯선 곳을 운전한다

다른 차들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네

구름이 하늘을 줄달음치는 묵음(默音),

천지사방은 벙어리, 혹시 나는

장님일지도 몰라

새 한 마리 피겨스케이팅 하듯

궁둥이를 뒤로 빼고 사각사각 뒷걸음치네

찬바람이 내 앞섶에 부푼다

"차라리 그게 좋을지 몰라요,"

라고 당신은 대꾸한다

낯선 곳에 차를 주차한다 내가 이처럼

한적한 장소에 오게 된 연유를 잊어버렸네

내 사납고 달콤한 꿈자리에 드디어

진눈깨비가 내리는구나

진눈깨비가 내 이마와 어깨와

등허리를 사뿐사뿐 마사지하는구나

애국가를 부르는 표정으로

유행가나 부를까나, 따가운 물줄기가

뺨이며 입술로 쏟아지는 샤워장에서처럼

새벽에 꾼 꿈이 전혀 기억나지 않네

부드러운 당신 손이 내 뇌를 토닥거리는데

 

 

© 서 량 201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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