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리사이클 빈(Recycle bin)

서 량 2010. 2. 22. 22:38

  

당신의 사랑을 리사이클 빈에 옮기겠습니까?
네, 하는 순간 어느새 나는 
정갈한 휴지통 속을 가슴 추운 새처럼 파고든다 
어? 바탕화면이 간소해지네!

마음을 비우라니, 그런 엉터리 교훈이 어디 있어
마음을 비우겠다는 그 욕심부터 없애면 안 될까
마음일랑 꽉 채우고 바탕화면을 약간 비우면 어때
한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
당신이 다급하게 다운로드 받아 놓은
구질구질한 프로그램들을 죄다 언인스톨 하는 게 어때
시시한 프로그램들이여 안녕!
겨울을 언인스톨 해야 꽃 허리 간들간들 흔들리는 
봄바람을 인스톨 할 수 있다잖아요 참으로 개운하게 

바다 색인지 하늘빛인지 분명찮은

내게서 멀리 떨어진 바탕화면에

커다란 꽃 모양 아이콘 하나 불쑥 나타났다 
 

지금 컴퓨터를 다시 시작하시겠습니까?

 

 

© 서 량 20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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