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겨울 보내기

서 량 2010. 2. 15. 08:25

 

체온 하나 제대로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우리들이야

나 이제는 겨울과 놀아야겠어, 진짜

아무래도 옷을 켜켜이 껴입는

그 비장한 기법을 익혀야 되겠네

여름이면 덥다고 함부로

옷이란 옷을 다 벗어 던지고

꽃게처럼 새빨간 등을 요에 대고

진실을 외면한 채

코를 고는 그 못된 잠버릇을 어찌하나

 

겨울이면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었을망정

오들오들 떨려요

진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어요

황진이처럼 따스하게, 겨울과 함께

나도 놀고 싶어요 실컷

겨울바람을 칼 바람이라고 누가 말했나요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겨울이지만, 겨울이면

겨울마다 당신은 왜 상처 투성이가 되나요 왜, 왜 

나도 까칠한 겨울 바람 휘몰이에 익숙해지고 싶은데

옆구리로 콜록콜록 기침하는 

우리 겨울사랑일랑 어찌하나요 이제 와서, 진짜 

  

© 서 량 201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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