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의 말
김정기
땅속에서 벚꽃이 피어
속삭이고 있다.
진달래의 비릿한 냄새 스며들어
신부를 맞으려고
흙들은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작년에 떨어진 봉숭아 씨앗이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연노랑 웃음을 감추고 있다.
몸 안에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수 천 년 가두어 둔 바람이 새 옷을 준비하고
덜 깬 잠에서 흐느끼고 있는 벌레가
나비의 발음으로 말을 걸어온다.
꿀벌의 몸짓으로 노래 부른다.
지하에 준비된 봄의 언어를
목청껏 뱉어보는 새벽
품에서 자란 새들이 날개를 달고
돌아 올 수 없는 시간을 물고
반드시 약속은 지키겠노라는
입춘의 말을 듣고 있다.
© 김정기 201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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