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꽃밭에 들어서다

서 량 2010. 2. 3. 21:29

 

 

 드물기는 하지만 가끔 꽃밭에서 햇살 화사한 날 꽃들이 파티를 하는 걸 몰래 훔쳐봅니다. 그 꽃들은 외로운 기색이 없이 마음씨가 참 따뜻하고 서로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대요. 심지어는 넉살 좋게 말끝마다 서로 상큼하게 톡톡 쏘아붙이는 꽃들도 드문드문 섞여 있네요. 잘 살펴보세요. 소리 없이 눈물짓거나 엉엉 우는 꽃은 하나도 없잖아요. 비록 초대는 받지 않았지만 견디다 못해 저도 그 파티에 슬그머니 끼어듭니다. 그리고 꽃들과 어울려 맞장구 치며 속살거립니다. 꽃들은 참 사교적이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어서 오세요 같은 의례적인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아요. 그들은 사교계에 오래 동안 몸 담아온 귀부인들처럼 말씨가 아주 쾌적하고 부드러워요. 물론 커다란 목소리로 노래방에서처럼 알맞은 크기의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말도 안 되는 노래를 부르는 꽃도 한두 명 눈에 띄지요. 그러나 대개는 조용히 소근소근 대화를 나누고 있네요. 제 등 뒤에서 누군가 슬픔과 청승은 밥맛이야, 라고 말하는 소리도 얼핏 들리고요.

 

© 서 량 20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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