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얼어붙은 하루 / 윤영지

서 량 2010. 1. 30. 11:28

 얼어붙은 하루

                  윤영지

이른 아침

유리창 너머 파란 하늘 얕잡아보고

문을 나서니

날선 칼바람이 얼굴을 내리친다

어제 날린 눈발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어줍잖은 설레임 위로 얼음이 되었다

 

오나 가나

안에서나 밖에서나

하루종일 둘러싸인 전자파의 웅성거림에

두개골이 흔들린다

자리잡지 못하는 불안의 입자가

사방으로 퉁겨나가고

어둠의 우박이 두둑거리며 터져내린다

 

창을 열고

얼어붙은 공기 조각을 삼킨다

찢어지는 침묵

 

눈을 감고

차가운

하늘을 가슴에 담는다

 

 

201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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