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의 방
최양숙
깊은 밤 몸을 일으키니
눈 앞에 아무 것도 없는
빛도 소리도 없는 진공의 방
공기를 자아내어 숨을 쉰다.
검은색 아닌 색을 찾으러
창가로 움직여 던져진 눈길
짧은 경탄의 음이 목에서 돋는다.
움직이는 것들이 모두 잠든 다음에야
살아나오는 또 다른 본질
검은 것과 흰 것이 바뀌어 있다.
인화한 필름처럼 펼쳐지는 창 밖
낮의 해가 보여주었던 색깔이
본래의 빛이 아니었던 것
어둠과 밝음마저 진실이 아닌 것
낮과 밤으로 뒤집히는 것은
여배우의 분장해놓은 삶
시간의 뒷편은 맹렬한 고통을 뚫고
세상을 빠져 나온다.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의 그림자 / 최덕희 (0) | 2010.01.24 |
---|---|
반짇고리 / 서정슬 (0) | 2010.01.18 |
흔적 지우기 외 1편 / 한혜영 (0) | 2010.01.02 |
그래도 태양은 떠오르고 / 황재광 (0) | 2010.01.01 |
경인년 횃불을 밝히자 / 최덕희 (0) | 2009.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