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진공의 방 / 최양숙

서 량 2010. 1. 16. 06:50

 

진공의

 

   최양숙

 

 

깊은 몸을 일으키니

앞에 아무 것도 없는

빛도 소리도 없는 진공의

공기를 자아내어 숨을 쉰다. 

검은색 아닌 색을 찾으러

창가로 움직여  던져진 눈길

짧은 경탄의 음이 목에서 돋는다.

움직이는 것들이 모두 잠든 다음에야 

살아나오는  다른 본질

검은 것과 것이 바뀌어 있다.

인화한  필름처럼 펼쳐지는

낮의 해가 보여주었던 색깔이

본래의 빛이 아니었던  

어둠과 밝음마저 진실이 아닌

낮과 밤으로 뒤집히는 것은

여배우의 분장해놓은

시간의 뒷편은 맹렬한 고통을 뚫고

세상을 빠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