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걸기
김정기
전화번호 0번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거네.
선 없는 신호가 닿을 수 있는 곳이련만
잘 말린 짚자리에 휘장 치고
곤한 평생 황홀하게 접었네.
짙푸른 산록에 눈이 내리고
날이 개이면 깨질 듯 맑은 하늘 저편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은빛 길 멀고 멀어
전화벨 못 듣고도 흐르는 계곡 물소리
당신이 좋아하던 노래
그 곡조가 포탄으로 쏟아져.
빗발치듯 날아오네.
그렇게 산화된 목소리
드높은 겨울의 고요를 뚫고
전화번호 0번에서 들려.
© 김정기 200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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