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전화 걸기 / 김정기

서 량 2022. 12. 12. 18:33

 

전화 걸기  

                

                                 김정기

 

전화번호 0번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거네.

선 없는 신호가 닿을 수 있는 곳이련만

잘 말린 짚자리에 휘장 치고

곤한 평생 황홀하게 접었네.

짙푸른 산록에 눈이 내리고

날이 개이면 깨질 듯 맑은 하늘 저편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은빛 길 멀고 멀어

전화벨 못 듣고도 흐르는 계곡 물소리

당신이 좋아하던 노래

그 곡조가 포탄으로 쏟아져.

빗발치듯 날아오네.

그렇게 산화된 목소리

드높은 겨울의 고요를 뚫고

전화번호 0번에서 들려. 

 

© 김정기 200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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