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담쟁이
김정기
땅을 박차고
시퍼렇게 얼어서 허공을 기어오른다.
잎 위에 눈이 쌓여도
녹을 때까지 답이 없다.
끝없는 질문의 문설주에서
속으로 뻗는 줄기를 억누르며
들키지 않게 속살을 키운다.
어둠이 그의 길을 막아도
태양을 만들어내는 몸짓으로
눈물도 없이 하루를 닫는다.
실핏줄에 동상이 걸려
얇은 살이 멍들어 번져가도
과묵하던 아버지의 품성 가지고
올라가고 오르고 또 오를 뿐이다.
작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혼자서 힘을 얻는 그는 숨결을 품고
창공에 집을 짓는다.
왕궁에 기왓장도 어루만지고
그보다는 빛나는 봄을 잡으려고.
© 김정기 2010.01.12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젖은 꽃 / 김정기 (0) | 2022.12.13 |
---|---|
입춘의 말 / 김정기 (0) | 2022.12.13 |
전화 걸기 / 김정기 (0) | 2022.12.12 |
엄동설한 / 김정기 (0) | 2022.12.11 |
겨울아침 / 김정기 (1) | 2022.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