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그래도 태양은 떠오르고 / 황재광

서 량 2010. 1. 1. 05:32

 

 

그래도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황재광

 

서기 이천 구년과 서기 이천 십년이 바톤을 넘겨주는 짜릿한 순간에

나는 소파위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지난해 9시에 잠들어 새해  3시 반에 일어났다.

나의 긴 잠은 폭죽과 환호 속에서 시간의 끈이 절단 되는 광경을 보지 않게 해주었다.

 

이천 구년이 아직도 어두운 방안 곳곳에 어질려져 있다

휴지조각, 볼펜자루, 둥글게 말린 양말들을 치운다 

뒹구는 술병들 주섬 주섬 쓰레기 통에 버린다


어제 저녁에는 365일 어김없이 출근을 했던

2009년 해의 마지막 뒷모습을 보려고 뒷산으로 올랐다

산책로에는 2009년 해가 치우지 못하고 간 낙옆들이 남아있었다

 

멀리서 가물거리는 가야산

기울어가는 해에게 어깨를 빌려 주고 있었다

깍듯했다.


어제 티브에서는 무진장 많은 사람들이 또다시

새해 해돋이를 보려고 동해로 몰려갔다고 했다

참으로 예절 없는 민족이다


그래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긴 어둠을 지나온 것들은 마음이 넓은 것인가

여전히 따듯하리라

 

 

*미국의 소설가 헤밍웨이의 대표 소설 작품 제목 The Sun Also Rises에서 빌려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