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리다 말다
비가 그치고 물안개가 끊임없이 끼고 했어.
평소에 병원에서 집까지 차로 3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운전하는데
집에 오는데 근 한 시간 10분이 걸렸어.
중간에 사고차량이 있고 경찰차들이 불을 번쩍거리고 구급차가 길을 가로막고
누가 크게 다친 것 같고 차가 범퍼 투 범퍼로 밀렸더라.
차가 크게 손상 당하고 찌그러진 걸 보고 혹시
운전수가 죽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니까.
그 사람은 사고가 나는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다가,
갑자기 구약성경에 솔로몬의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하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내 비록 비(非) 기독교인이기는 하지만
예수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양키 역사의 일부분이고, 사실 나도 양키잖아.
좀 서글픈 기분이 들었지.
위대한 사람들은 대개 서글픈 기분으로 살았기 때문에 위대해졌다는
생각을 쓱 해 봤다. 내 말 오해하지마. 내가 위대한 사람이라는 말이 절대 아니야.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살고,
우리는 무엇 때문에 저렇게 쉽게 죽고,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서로를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나? 하는 생각조차 해 봤지.
추수감사절에는 양키들 식으로
사방팔방에 천신, 지신, 조왕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기분이 드네.
그것도 피와 살이 섞인 가족끼리 모여서 서로 반갑게 만나서
술낌에 슬쩍슬쩍 공격성이라도 보이면서 말이지, 억지로라도
헛소리라도 듬성듬성 하면서 말이지.
아들 놈은 캐나다에서 사니까 너무 멀어서 아비 찾아 올 생각 전혀 없고,
(물론 요새 목하 연애 중이라니, 내 젊었을 때를 기억하면 나도 할 말이 없지만서도)
딸년은 지 남편 따라 남편 친척집에 간다니.
그래도 걔가 결혼 전에는 여기에 올 때도 많이 있었는데
이제는 출가외인이 돼 버렸잖아.
이거 뭐야, 내가 지금 넋두리 하는 거야, 뭐야.
내가 제일 안 좋아하는 넋두리를?. 킥킥.
© 서 량 200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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