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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한국 TV에서 자주 듣는 말들

서 량 2009. 8. 29. 20:55

내가 한국 TV 세 개를 시시때때 보는 거를 당신은 알고 있지?

물론 연속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어쩐지 자꾸 뉴스를 보게 돼. 앵커우먼들의 똑똑하고

야무지고, 하늘이 두 조각이 나더라도 이성을 잃지 않겠다는 쌀쌀맞고 단정한 표정이며

차가운 목소리도 섬짓섬짓하면서 그런 대로 견딜 만하다 이거지. 근데

한국 뉴스를 보면서 내가 깜짝깜짝 놀라는 거 당신 알아?

요새 시대사조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왜들 이렇게 거칠고 난폭한 생각과

말을 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한국에서 노무현이가 죽고 난 후 잠시 유행하던 등골이 섬뜩해지는 말을 몇 개 골라 봤지.

 

전면대결:  야당과 여당이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는 뜻 같은데 꼭 그렇게 전면적으로 대결을 한다는 거라.

                걔네들은 절대로 약간 생각을 달리하지 않아요, 옛날에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하던

                쌍팔년도 이전을 상기시키는 극단적인 정신상태. 오냐, 그래. 모든 일에 목숨을 걸어라.

                이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왜놈들처럼.

문화제:     "촛불문화제"? "촛불시위"라는 말이 좀 시시하게 들리는 모양이지? 문화제는 무순 문화제?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감정을 추스르거나 혹은 권력층에 반항하는 집회가 어찌 

                '문화제'라는 가면을 써야 하지?

시국선언:  즈네들 주장을 씨글벅적하게 떠들어대는 의견발표회를 시국선언이라고 할 건 또 뭐지?

 

요컨대 공자왈 맹자왈 중국적 사대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포함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뻑적지근하게 근사한 한자말을 들먹이면서 스스로의 행동을 미화시키는 우리의 근성이, 좀 한심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면, "그런 망발이 어디 있어요?" 하면서 발끈하기 잘하는 당신은 또

입에 거품을 품을 거야? 그래서 눈 깜짝하는 순간에 나와 '전면대결'을 할 거냐구?

 

그래서 종국에는 국회의원들의 특기인 몸싸움을 하는 쪽으로 빠질까나.

그리고 "우리 이러지 말자" 하며 '시국선언'을 하면서 '몸 문화제'라도 벌릴 거냐구.

 

 

© 서 량 2009.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