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쩌려나 II…
윤영지
반짝이는 검은 피부에 빠글거리는 머리
아침마다 학교 갈 준비를 일일이 챙겨주던 엄마
잔 가르마 타서 촘촘히 빗고 총총 땋아내려
말끔히 정돈되었던 곱슬머리는
언제부터인가 간신히 두 갈래로 묶여
빠글거리는 두 솜방망이가 머리 양 옆에
올라앉았고, 그 나마도 지금은
한 무더기가 하나로 묶여 머리 꼭대기에
큼지막히 두루뭉실 얹어있다
추수감사절 일주일을 앞둔 학교의 파티
신나는 리듬에 맞추어 그는 어김없이
브레이크 댄스 실력을 발휘했고
연이어 나오는 록큰롤 뮤직에 미키마우스 머리를 한 채
한 무릎 꿇고 앉아 기타 솔리스트 흉내를 내던
익살스런 얼굴에서는 하얀 웃음이 부서져내렸다
두 덩어리의 머리가 헝클어지며
아무렇게나 한 덩어리로 뭉쳐 부수수했던 어느 날
그의 엄마는 실낱같은 생명줄을 맥없이 놓아버렸다
마땅히 챙겨줄 이 없어
그 다음 날에도 학교에 나왔던 그는
무료 아침, 점심 급식으로 배를 채우고
분명 말수는 적어졌건만 아직도
죽음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지 못 한 채
음악이 들릴 때마다 온몸으로 악기를 연주한다
그것도 하얀 웃음을 간간이 부서뜨리며
추수감사절을 이틀 앞 둔 오늘
장례식장에 앉아 영문모를 눈망울을 한 그는
엄마와의 이별을 얼마만큼이나 느낄 수 있으려나…
2009. 11. 24.
'김정기의 글동네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을 삼킨 너는 누구니? / 최양숙 (0) | 2009.12.04 |
---|---|
겨울 밤의 꿈 / 최덕희 (0) | 2009.12.01 |
그것은 빛나는 빛이었어요 / 황재광 (0) | 2009.11.19 |
겨울로 가는 길 / 최덕희 (0) | 2009.11.19 |
이제는 어쩌려나... / 윤영지 (0) | 2009.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