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이제는 어쩌려나 II... / 윤영지

서 량 2009. 11. 25. 08:14

 

 이제는 어쩌려나 II…

윤영지

 

반짝이는 검은 피부에 빠글거리는 머리

아침마다 학교 갈 준비를 일일이 챙겨주던 엄마

잔 가르마 타서 촘촘히 빗고 총총 땋아내려

말끔히 정돈되었던 곱슬머리는

언제부터인가 간신히 두 갈래로 묶여

빠글거리는 두 솜방망이가 머리 양 옆에

올라앉았고, 그 나마도 지금은

한 무더기가 하나로 묶여 머리 꼭대기에

큼지막히 두루뭉실 얹어있다

 

추수감사절 일주일을 앞둔 학교의 파티

신나는 리듬에 맞추어 그는 어김없이

브레이크 댄스 실력을 발휘했고

연이어 나오는 록큰롤 뮤직에 미키마우스 머리를 한 채

한 무릎 꿇고 앉아 기타 솔리스트 흉내를 내던

익살스런 얼굴에서는 하얀 웃음이 부서져내렸다

두 덩어리의 머리가 헝클어지며

아무렇게나 한 덩어리로 뭉쳐 부수수했던 어느 날

그의 엄마는 실낱같은 생명줄을 맥없이 놓아버렸다

 

마땅히 챙겨줄 이 없어

그 다음 날에도 학교에 나왔던 그는

무료 아침, 점심 급식으로 배를 채우고

분명 말수는 적어졌건만 아직도

죽음의 의미를 절실히 깨닫지 못 한 채

음악이 들릴 때마다 온몸으로 악기를 연주한다

그것도 하얀 웃음을 간간이 부서뜨리며

추수감사절을 이틀 앞 둔 오늘

장례식장에 앉아 영문모를 눈망울을 한 그는

엄마와의 이별을 얼마만큼이나 느낄 수 있으려나

 

2009.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