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엄마 책임

서 량 2009. 11. 17. 08:27

 한 50년 전만 해도 정신분열증의 원인은 어미가 애를 잘 키우지 못한 것에 있다고 목에 힘주는 대학교수들이 지랄난동을 피웠던 적이 있었지. 죄 없는 정신불열증환자들 어머니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는데 그래. 그래서 하다못해 "정신분열증을 만드는 엄마"(schizophrenogenic mother)라는 유치의 극을 달리는 말 마져도 생겨났다.

 

 그것보다 한 술 더 뜨는 거는, 한 150년 전만해도 정신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위(masturbation)을 자주 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대학교수들이 목에 힘도 별로 안 주면서 얼굴을 븕히면서 주장했다는 거. 그 당시 정신병 치료를 단체적으로 할 때는 여러 정신병자들이 모여서 서로 자위가 심했던 것을 고백하면서 깊이 뉘우치고 했던 거야. 글쎄 그러면 마음이 좀 후련해졌는지 나는 실제로 해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아마 좀 기분이 홀가분해졌을지도 몰라.

 

 요새는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모든 정신병이나 정신병적인 요소는 유전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해. 진실은 유전학에 있다고 말해야 아마 맞는 말일 거야. 당신도 생각을 해 봐. 수 천년, 혹은 수 만년을 세대가 세대를 거듭해 오면서 발생하는 유전적인 오차의 영향력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어. 아, 물론 진화는 진화대로 일어나겠지만, 그게 어디 당신 마음대로 될 것 같아? 그런데 엄마가 애를 키우는 그 몇년, 끽해야 10년내지 심하면 20년동안에 일어난 일들이 뭐 그렇게 대단하겠어. 안 그래?

 

 학자들 간에 "Nature versus Nurture"의 논쟁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지만 나는 자연(Nauture)의 힘이 육아(자식키우는 법이나 가정교육: Nurture) 보다 백 배 천 만배 강하다고 보고 있어. 그러니 세상의 모든 죄책감으로 안팍을 도배를 한 한국의 순진무궁한 어머니들이여, 부디 마음을 놓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생각을 바꾸시기를.

 

 우리 속담에, 못 되면 조상탓이고 잘 되면 지탓이라는 말이 있지? 솔직히 그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야. 왜냐하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듯이, 잘 못 엮어진 유전인자 'DNA'가 질병을 일으킨다는데야 당신이 도대체 뭐라고 대꾸할 꺼야. 할 말 있으면 해 보라구. 어서, 시간 없어.

 

 그런데 'Nurture' 차원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타고난 재능이나 약점을 어는 정도 극복할 수 있잖아. 그래서 우리는 자식교육이니 뭐니 하면서 지랄난동을 치는 거라구, 사실은. 그리고 혹시 내 말이 너무 쌍스럽게 들렸다면 당신에게 미안해. 내 유전인자 속에 어떤 과격한 말습관이 흐르고 있어. 그렇지만 미안한 건 미안한 거지. 어찌 그게 안 미안하다는 뻔뻔스러운 생각을 할 수 있겠어. 나도 눈치가 빤한 사람인데.

 

© 서 량 200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