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마크의 시츄에이션

서 량 2009. 6. 5. 04:37

살다보면 사람이 미치광스러워 지는 수도 있지만

시츄에이션이 미치광스러워지는 수가 있다는 것을

당신은 겪어보거나 얘기를 들어 본적이 있어? 나는 그런 경우가 많이 있어.

내가 직업이 그래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꼭 그렇다기 보다는 당신도 살다가 때때로 부닥치는 

사태의 분석을 잘 해보면 그런 일이 비일비재할 거다.

 

36살의 백인 독신남 마크는 60 중반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일정한 직업이 없는 놈이야.

손재주가 좋아서 허드레 일도 하고 미쟁이 노릇이며 심지어 목수질도 곧잘 하고 그러는데

첫 인상이 머리가 참 좋아 보이는 놈. 약간 폴 뉴만 젊었을 때 같이 생겼지. 눈알도 파랗고.

머리가 좋아 뵈는 남자가 무슨 중요한 말을 할 때 눈을 자주 깜박거리면

머리가 더 좋아 보인다는 비밀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놈이야.

얼마 전에 혼자 사는 70살 난 할아버지 집에 화장실을 개조하고 타일을 바꾸는 일을 하기로 했다나.

구두 계약으로 일이 끝나면 5천불을 받기로 했다는 거야. 물론 일을 꼼꼼하고 훌륭하게 빨리 끝냈지.

 

근데 이 할배가 5천불을 다 주지 않고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2천 5백불만 주면서

더 이상은 주지 못하겠다고 잡아 뗏다는 거라.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살다 보면. 

할배 왈, 기껏 구두계약을 깬 이유는

생각보다 일을 빨리 마친 걸 보니까 크게 힘든 일이 아니였다는 이론이었대.

나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화장실에 갈 때하고 나올 때하고 사람 마음이 달라진다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닌가 싶네.

아무리 논쟁을 해도 할애비는 요지부동으로 고집을 피웠대.

 

이때 마크가 눈을 깜박깜박하면서 묘안이 떠 올랐던 거지. 기발난 발상, 영리한 생각이었지.

그놈이 타일 재료를 사고 어쩌고 하느려고 그 할배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었거든.

그래서 마크는 건축 재료상에 가서 자기가 받지 못한 2천 5백불에 해당하는 건축자재를

할배 카드를 써서 구입을 한 거야. 콧노래를 불러 가면서.

 

당신도 아다시피 근데 세상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해?

글쎄 이 할배가 경찰에 고발해서 체포당한 마크는 절도범 형을 받고 4개월을 감옥살이를 했대.

그리고 그것도 모잘라서 2천 5백불에 대한 손해배상을 열 차례에 나눠서 지불해야 되고

집행유예형(probation)을 5년 동안 받은 거야.

그래서 5년 동안 2주에 한 번씩 집행유예관 (probation officer)을 찾아가서 면접을 받아야 해.

 

마크는 자기의 시츄에이션이 하도 황당하고 울화통이 터져서 잠도 못자고 해서 졸지에

내 환자가 된 거라. 마크의 실수라면 그 할배의 신용카드를 '맛좀 봐라' 하면서 할배 모르게

써먹은 거지. 마크 왈, 내게 하는 말이 남은 돈 2천 5백불을 보상 받는 방법은 그 수 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거야. 자기의 원칙과 할배 고집과 법정의 원칙을 잘 조합하지 못한 거지. 

야무지고 똑똑한 얼굴로 새파랗게 날카로운 눈을 깜박깜박하면서 말이지.

 

© 서 량 200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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