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진양조의 공간 / 김종란

서 량 2022. 12. 7. 18:14

 

진양조의 공간

 

                                  김종란

 

당신은 가두지 않겠어요

 

바람 부는 곳 눈 내리는 곳

낙엽 지는 곳에 있어요

 

지켜 보고 있어요 

비인 곳 까마득한 산불 일어

미세하게 느리게

침묵하는 것들은 함께 흔들리어

늦은 볕 아래 투명하게 불 붙다가 텅 비어져요

 

산뜻하게 베어져 이 빈터에 놓이네요

잠시 눈시울에 머뭇거리다

흘리지 못해 반짝 빛나다

별빛 아래 물기 듬뿍 머금은

흰 국화(菊花)

 

사라지는 것을 은유(隱唯)하며

이 비인 곳을 지나네요

 

*국악의 가장 느린 장단

 

© 김종란 200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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