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프린트 / 김종란

서 량 2022. 12. 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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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란

 

조용하다 흑백의 나무들과 잡목 숲 사이로

길은 완만하게 구부러져 있다

흰 길이다

나무들은 두텁고 부드러운 질감이다

고개를 갸웃하며

낯익은 그 길을 들여다본다

온밤 지나 새벽녘 지나

아침으로 찍혀 나오는 회색 안개 묻힌 얼굴들

어깨를 부딪힐 때도 모호하게 일별하며 잘라지는

따뜻한 흰 모래일까 바짝 다가선 길

인쇄되면서 길은 희게 반짝인다

 

© 김종란 2009.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