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식사
김종란
껍질 채 깎이어 향기로운 잼(jam)이고 싶어요
주황색 심장이 설탕 안에서 녹고 있군요
부드럽고 달콤하게
까칠하고 어려운 마음
투명한 유리병에 보이네요
살아서 한없이 구겨져 있으니
흰 접시위에 갓 구워 낸 생각 한 조각 놓아 보세요
다 녹아들지 못해 약간 씹을 수도 있는 쌉쌀한
마음 올려 놓지요
바닷가에서 어울려 노는 바람들 모아
차를 끓였어요
간결한 식사
깎이고 구겨지면서 쌉쌀하게 그러나
달콤하게
흰 도자기 잔에 담긴 바람에 가 닿는
부르튼 입 붉은 입
© 김종란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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