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란의 詩모음

간결한 식사 / 김종란

서 량 2022. 12. 6. 18:14

 

간결한 식사

 

                                  김종란

 

껍질 채 깎이어 향기로운 잼(jam)이고 싶어요

주황색 심장이 설탕 안에서 녹고 있군요

부드럽고 달콤하게

까칠하고 어려운 마음

투명한 유리병에 보이네요

살아서 한없이 구겨져 있으니

 

흰 접시위에 갓 구워 낸 생각 한 조각 놓아 보세요

다 녹아들지 못해 약간 씹을 수도 있는 쌉쌀한

마음 올려 놓지요

 

바닷가에서 어울려 노는 바람들 모아

차를 끓였어요

 

간결한 식사

깎이고 구겨지면서 쌉쌀하게 그러나

달콤하게

흰 도자기 잔에 담긴 바람에 가 닿는

부르튼 입 붉은 입

 

© 김종란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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