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글동네/시

매미 / 최양숙

서 량 2009. 10. 12. 05:35

  

매미

 

                최양숙

 

매미가 운다.

말매미가 울고 참매미가 운다.

풀이 울고 나무가 운다.

한낮의 동네에

성하는 것은 숲의 소리

여름날의 자궁에 차오르고.

 

땅에서 올라온 굼벵이

어스름한 벌개미취 꽃밭에서

검게 물든 10 세월을 벗는다.

허물은 머리를 쪼개고

이제사 눈을 뜨는

여리디 여린 속살

수직으로 오르면

나무 꼭대기의 절정은

시작이자 마지막인 것을

 

껍질 속에 말아쥐었던

지상의 바람

날개돋이에 실어 펼치고

주간의 빛이 설워서

울움소리 울창할

나무가지도 울고

숲도 울고

여름날은 진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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