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고등어 / 김정기

서 량 2023. 2. 6. 21:06

 

고등어

 

               김정기

 

 

훌쩍이기 시작했다.

인도양을 떠돌던 배에 건져져서

뉴욕 항에 내려진

등 푸른 고등어는

백인 양부모 품에서 자라

보석감정사로 일하고 있다며

 

급행버스 내 옆자리에 앉아

흰 실로 레이스를 짜는 흑인여자는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물기를

손등으로 받아낸다.

은구슬 같은 눈물을 섞어 짜여진 치마를 입고

고향바다 깊은 물속으로 돌아간단다.

그 바닷물에 잠기려고

푸르죽죽한 살결에 반듯한 이마를 들고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42가 사람들 틈으로 헤엄쳐 갔다

 

오늘 저녁

고등어 살을 저미니 검붉은 피가 흘러

도마에 아프리카 지도를 그린다.

 

© 김정기 200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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