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찹쌀
김정기
걸어온 길이 멍 투성이라
진보라 눈물 범벅 되었네.
생쌀 맛에 반하여 씹어 먹고
굵은 소금 야생의 덩이 핥으며
감추어 온 치맛자락 땅에 끌리네.
넓은 소금 밭에 굴러서 소금 꽃이 되는
누런 가을 볏단을 지고 벼꽃이 되는
나의 식탁에 피는 야생의 비린내
그 처참한 빛의 굴절
밀림에 사는 족속으로 모두 던져버리려는 순간
입 속의 쌀알은 녹지 않고
소금은 짠물이 된다.
씹어야 넘어가는 단단한 야생 찹쌀 한 알로
입 속을 맴도는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김정기 2009.06.23
'김정기의 詩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욱국 / 김정기 (0) | 2023.02.06 |
---|---|
우유 따르는 여자 / 김정기 (1) | 2023.02.05 |
공기 번데기 / 김정기 (0) | 2023.02.05 |
모래 숨결 / 김정기 (0) | 2023.02.04 |
열네 번째 가을 / 김정기 (0) | 2023.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