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 詩모음

야생 찹쌀 / 김정기

서 량 2023. 2. 5. 18:53

 

야생 찹쌀

 

          김정기

 

걸어온 길이 멍 투성이라

진보라 눈물 범벅 되었네.

생쌀 맛에 반하여 씹어 먹고

굵은 소금 야생의 덩이 핥으며

감추어 온 치맛자락 땅에 끌리네.

넓은 소금 밭에 굴러서 소금 꽃이 되는

누런 가을 볏단을 지고 벼꽃이 되는

나의 식탁에 피는 야생의 비린내

그 처참한 빛의 굴절

밀림에 사는 족속으로 모두 던져버리려는 순간

입 속의 쌀알은 녹지 않고

소금은 짠물이 된다.

씹어야 넘어가는 단단한 야생 찹쌀 한 알로

입 속을 맴도는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김정기 20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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