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김정기
훌쩍이기 시작했다.
인도양을 떠돌던 배에 건져져서
뉴욕 항에 내려진
등 푸른 고등어는
백인 양부모 품에서 자라
보석감정사로 일하고 있다며
급행버스 내 옆자리에 앉아
흰 실로 레이스를 짜는 흑인여자는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물기를
손등으로 받아낸다.
은구슬 같은 눈물을 섞어 짜여진 치마를 입고
고향바다 깊은 물속으로 돌아간단다.
그 바닷물에 잠기려고
푸르죽죽한 살결에 반듯한 이마를 들고
비릿한 냄새를 풍기며
42가 사람들 틈으로 헤엄쳐 갔다
오늘 저녁
고등어 살을 저미니 검붉은 피가 흘러
도마에 아프리카 지도를 그린다.
© 김정기 200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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