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꽃과 바람과 달과**

서 량 2009. 6. 12. 21:50

         

        꽃은 오로지 바람을 위해
        저도 모르게 태어났대나 봐
        장마비가 개울물을 몰아내듯
        꽃은 늘 그렇게 세차게 밀어붙인대

         

        그리움 따위란 꿈에도 모르는 새싹들이
        까딱까딱 머리를 치켜들던 아침이 다녀가고
        징그러운 한나절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네
        징그러워 견딜 수 없으면서도 솔직히
        크게 싫지가 않아요
         
        새벽 잠에서 깨어나
        베란다 문을 열고 바깥세상에 나갔지
        달은 달대로 쌀쌀맞게
        칠흑 같은 창공에 둥실 떠있고
        나는 나대로 눈물이 핑 도는 거 있지
        혹시나 나도 애오라지 꽃처럼 바람 때문에
        바람 때문에 애간장을 태우며 태어났나?

         


        © 서 량 200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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