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찬 바람으로 해변을 머뭇거리는 꽃줄기 정수리 한복판에 소금기가 자욱합니다 밀물이 엄청나게 덤벼드는 갯벌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꽃은 진한 갈색 진흙이건 조개 껍질이 세밀하게 부서진 백사장이거나 깊은 바다 속 유황이 부글거리는 잉크 빛 물 속이건 개의치 않고 염치 없이 피어납니다 지옥에 서식하는 흉물스러운 철제의 갑옷을 뒤집어 쓴 물고기 한 마리가 손톱만 한 눈을 뜨고 죽은 듯 도사리고 있습니다 꽃은 이끼나 박테리아 또는 장마철 뒤끝에 마음 놓고 솟아나는 귀여운 원자탄 모습의 송이버섯마냥 하늘로 하늘 쪽으로 힘차게 뻗어갑니다 저도 지금쯤이면 그런 꽃들이 옆으로 누워 뒹구는 해변에 있을 겁니다 제 심장 박동과 걸 맞는 파도의 스윙 재즈 리듬에 어깨를 흔들며 목적이 뚜렷한 사람처럼 반짝이는 석양을 배경으로 결연히 걸어가고 있겠지요
© 서 량 200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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