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부서지는 것들

서 량 2009. 6. 2. 21:37

       

      부서진다
      내가 신임하는 비서도
      이리저리 마음이 안 놓이는 대학동창도
      나와 띠 동갑 닭띠 아버지 발걸음이 느리신 것 말고
      건강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으신
      분당 동생 집 5분 안팎에 사시는 아버지도
      내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지난 금요일 아침 환자도 나도
      부서진다 기어이 다 부서진다
      좋은 시도 나쁜 시도 잘 쓴 시도 못쓴 시도
      시 같은 시도 시 같지 않은 시도 모조리 부서진다
      아직 부서지지 않은 시도 좀 있으면 부서진다
      내가 도통 싫어하는 사람도 좀 괜찮아 하는 사람도
      부서진다 한결같이 부서진다 그렇지만
      눈 흰자위 백옥처럼 푸르스름한 당신만은
      하늘이 두 조각이 나더라도 예외로
      삼겠으니 그리 아시도록


      © 서 량 2005.08.21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1601444&orderClick=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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