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된 詩

|詩| 이상한 의자

서 량 2009. 3. 17. 21:31

       

      내 등을 제대로
      잘 받쳐주는 의자
      딱딱한 등받이 윗부분 양쪽에
      뜨뜻한 살집이 솟아 있다 봉긋하게
      바람결 덩굴장미 줄기 옆구리 불거져
      꽃봉오리 펑펑 터지는 식으로 
      의자에서 날개 한 쌍 스르르 돋아난다
      여태 살아 있었구나

       

      새 가구 배달 되는 날
      현관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의자는 후닥닥 날아간다
      의자 성질이 보통 더러운게 아니야
      구름 너머 지구 위 으스름한 창공으로
      인공위성보다 더 유유하게 날개를 접고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가는 의자
      지 아무리 찬 바람이 불어닥쳐도
      눈도 깜짝하지 않으면서

       

      © 서 량 2006.07.16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시집 소개: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1601444&orderClick=L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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