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을 제대로
잘 받쳐주는 의자
딱딱한 등받이 윗부분 양쪽에
뜨뜻한 살집이 솟아 있다 봉긋하게
바람결 덩굴장미 줄기 옆구리 불거져
꽃봉오리 펑펑 터지는 식으로
의자에서 날개 한 쌍 스르르 돋아난다
여태 살아 있었구나
새 가구 배달 되는 날
현관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의자는 후닥닥 날아간다
의자 성질이 보통 더러운게 아니야
구름 너머 지구 위 으스름한 창공으로
인공위성보다 더 유유하게 날개를 접고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가는 의자
지 아무리 찬 바람이 불어닥쳐도
눈도 깜짝하지 않으면서
© 서 량 2006.07.16
-- 세 번째 시집 <푸른 절벽>(도서출판 황금알, 20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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