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함박눈, 책갈피, 그리고 장미*

서 량 2008. 10. 14. 14:25

       

      차곡차곡 쌓이고 또 쌓여서
      포근한 양털 융단이 되는 앞마당입니다
      함박눈이 함박눈 위에 켜켜이 얹히는 중량감이지요
      끝이 날카로운 책갈피의 반듯한 직사각형안에
      차츰 씩 누적되는 따스한 지식이지요
      지식이 겹치고 또 겹치는 기쁨입니다

       

      그러나 저 부드러운 곡선의 비밀
      장미 꽃잎의 파동이 오버랩 되는 걸 보세요
      꿈은 파동입니다 경쾌한 바다의 몸놀림입니다
      산소와 수소 탄소 질소들의 끈끈한 결합이에요
      끝을 알 수 없는 꿈결의 율동도 희한한
      분자방정식들이 춤추는 요사스러운 문양이랍니다
      아무도 그 의미를 캐치하지 못하는
      아무도 그 내막을 포착하지 못하는
      허망하게 파괴된 바벨탑 쪼가리가
      층층이 널브러져 꿈틀대는 모습을 봅니다
      분명 꿈에서 깨어난 줄 알았더니
      아직도 마냥 지속되는 꿈 속에서였지요

       

      © 서 량 200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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