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금성에서 자라는 나무들

서 량 2008. 10. 6. 06:39

       

      샛별에는 풀도 잡초도 자라고
      거북이며 미꾸라지들이 하여튼 간에
      학자들이 미처 TV로 보여주지 못한
      깊은 우주 속 알맞게 후미진 곳 샛별에는
      비너스만큼 강인한 영혼들이 득실댄다는
      소문을 들었어 어제 새벽에 샛별이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기는 동안

       

      금성이 나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해서
      오랫동안 시무룩하게 지냈다 그런데
      거기에는 별의 별 나무들 무슨 날파리를
      확 낚아채서 앉은 자리에서 잘근잘근 씹어먹는
      끈끈이주걱같이 예쁘고 귀여운
      나나 당신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생명체들이
      알콩달콩 살고 있대나 봐 때로는 한숨을

      푹푹 몰아 쉬면서 하여튼 간에
      거기에는 에덴 동산 금단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원기 왕성하고 이상야릇한 나무들이 팍팍

      자라고 있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 서 량 20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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