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가을과 클라리넷

서 량 2008. 9. 25. 21:54

      밝음도 뜨거움도 견디지 못하는 소식

      가을이 오면 무턱대고 몸을 푸는 악기

       

      Benny Goodman이 연주한 스윙재즈

      Memories of You를 반 소절씩 늦게 따라 같이 분다

      나보다 수년 전에 태어나서

      나보다 훨씬 후에까지 살아 남을 살가운 음악

      감히 내가 흉내 낼 수 없는 청각 감각

       

      모르겠다 가을이면 가을마다 조금씩 죽어가는

      엄격한 신이 제정한 음계의 궤도를 벗어나 3도와 6도와

      7도 음정을 일부러 반음씩 깎아 내리는

      저 경을 칠 놈의 블루스 멜로디가 제대로 익지 않는다

      일그러지는 클라리넷 음정

      반만큼 망가지는 가을의 음질

      결코 예쁠 수만은 없는 클라리넷 음감이 갈라지면서

      내 온건치 못한 사랑처럼 블루스 멜로디는 실성한다

      재즈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나도 실성하련다

       

      © 서 량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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