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교향곡 1악장 - 살구나무가 우뚝 서 있는 옆에
어머님은 평생을 나 때문에
많은 걱정을 해 오셨다
나는 지금껏 객지에서
천둥벌거숭이로 살고 있다
어머님과 나는 며칠 전에
태평양을 건너 뛰면서 한참 동안
옛날 이야기를 했다
어머님은 과거을 그리워하신다
나 또한 이 나이에 과거가 그립다
어머님은 그날 밤 꿈 속에서
어느 여름 긴 저녁녘
앞마당 등의자에 앉아 계셨다
맑은 어둠 속에서 부채질을 하고 계셨다
열 살을 갓 넘었을 내 어릴 적
전 식구들이 오순도순 같이 살던 집
살구나무가 우뚝 선 앞마당이었다
나는 어머님이 측은한 느낌이 들면서
꿈에서 왈칵 깨어난 후
며칠 동안인가를 몹시 슬픈 심정으로 지냈다
© 서 량 2001.03.08
-- 첫 번째 시집 <맨하탄 유랑극단>(문학사상사, 200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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