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크리스의 사연

서 량 2008. 3. 29. 13:54

크리토퍼를 줄여서 크리스라고 하는 올 33살 근력 좋은

라틴계 영어도 떼떼떼떼 하는 놈이 어쩌다가 내 사무실에 걸려들었어

6개월째 집행유예를 받는 중 내게 그놈 정신감정 요청이 온 거야

아, 물론 그놈은 겉으로 보면 멀쩡해

수퍼 같은데서 바로 앞에 서서 돈을 내려고 서 있어도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뒷통수를 바라보는 그런 평범한 모습

 

이놈은 사실 6년 동안 징역을 살다가 출감한 놈이다

기뻐서 싱글벙글 웃어 그렇게 오래 옥살이를 한 이유는

경찰에게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될 때 경찰을 두둘겨 팼기 때문이었대

승질 하나 드러운 놈이라구

 

이 놈아 너 진정제를 좀 먹어 볼래? 했더니

글쎄요 진정제를 먹으면 내가 사람이 달라질까요 하는 거야

내가 대답하기를, 약을 먹었다 해서 니 승질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니가 마음을 곱게 먹는 연습을 매일매일 하는데 큰 도움이 될꺼야

했더니 이누무자식이 씩 웃으면서 약을 먹어 보겠다는 거야

 

나는 내 얘기가 너무나 재미있는데

당신도 나처럼 재미가 나니 별로지

 

© 서 량 200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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