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에드윈의 진단소견

서 량 2008. 1. 15. 07:47

 

 같은 흑인들 중에서 어떤 흑인은 살결이 엷은 고동색일 수도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아주 석탄처럼 새까만 피부색의 흑인도 있는데 에드윈은 후자에 속하는 검정비로드같이 순수한 흑색의 흑인이지. 지금 나이가 37살인데 지난 17년 동안을 감옥살이를 하고 몇 달전에 출감한 청년이야. 스무살 때 술 처먹고 껏떡대면서 공개석상에서 마리화나를 여럿이서 피우다가 신고를 받고 온 백인 경찰을 주먹으로 때려서 숨지게 하고 과실치사형으로 30년인지 언도를 받았다가 감옥에서 행실이 좋아서 일찍 풀려난 불우한 남자. 미국에서는 경찰을 죽인 사람이 가장 엄중한 형벌을 받는거 알지.

 

 감옥에서도 얘는 다른 감옥수들과 사이가 안 좋아서 밤낮 두둘겨 맞고 얻어터지고 했지만 경찰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꾹 참고 행동을 잘해서 모범죄수로 알려졌는데 두 번인가 베드 시트로 목을 매달아 자살시도를 한 결과 완전 정신병자 취급을 당한 거야. 이거 절대로 비꼬는 얘기가 아니라 미국에서는 여자와 어린이와 범죄자와 정신병자는 특별한 대우를 해 주는 거 당신도 잘 알지. 그래서 걔는 항우울제도 먹고 남의 동정을 받고 해서 30년이 아닌 17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거지.

 

 그건 좋은데 20살 정신연령의 에드윈은 37살에 사회에 적응을 하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야. 50세 초반의 과부와 6개월쯤 같이 살다가 지 나이 또래 그 과부 아들하고 또 마찰이 있어서 이제는 그집에서 쫓겨나 부랑자 수용소에 가야 할 입장이 된 거 있지.

 

 정신과증상이 아주 나쁘면 정부에서 보호자 비슷한 사람을 하나 붙여주지. 그걸 여기서는 케이스 매니저(Case Manager)라고 해. 케이스 매니저가 있으면 그 혜택이 아주 좋아. 괜찮은 아파트도 정부에서 보조해 주고 말이지. 그래서 병원직원들과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가 에드윈의 가벼운 진단소견을 아주 무겁고 독한 진단소견으로 바꾸기로 만장일치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얘기야. 그래야만 케이스 매니저 혜택이 가능하거든. 내 말 알아 듣지?

 

 내가 당신에게 이런 사실을 밝히는 이유가 분명치가 않아.  아마도 경미한 양심의 가책 때문일 거야. 그러나 우리들의 토론결론은 진단의 정확성보다는 한 순진한 흑인청년의 생계와 일생을 도와주기 위해서 테크니컬한 오류를 범하기로 합의를 본 거야. 어때. 내 얘기 재미있어? 별로지. 당신이 재미 없어 해도 할 수 없다우.

 

 © 서 량 200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