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얘기

|환자얘기| 쓰레기집 부부 얘기

서 량 2007. 11. 19. 05:46

엊그제 저녁을 먹으면서 본 MBC 생방송 <오늘아침> 제목이

<쓰레기집 부부 4개월 후>라서 이거 뭐지? 했지. 그랬더니 이 프로그램은

지난 7월달에 이미 한차례 방영을 한 부부의 사연을 4개월이 지나 재조명하는 거라.

 

이들은 결혼한지 11년인데 부인이 한 번도 집안 청소를 하지 않았대.

카메라로 비춰주는 집안이 발 디딜 틈이 없이 온통 쓰레기 천지였어.

그 부부는 애가 둘인데 얘네들이 쓰레기 더미에 쭈그리고 앉아서

라면을 먹고 하는 장면을 당신이 봤어야해.

 

부인이 우울증이 심해서 청소를 안 하면서 산다는 거야. 내 귀가 솔깃해졌지.

그래서 그 여자는 드디어 대망의 정신과 병동, 그것도 폐쇄병동으로 입원을 한다.

정신과의사가 입원을 4개월 정도 해야 된다고 권위있게 말하더라구.

 

근데 이 여자 좀 봐. 집을 떠나서 병동에 머물기가 힘이 든다고 

결국 2주 후에 덜컥 퇴원을 한 거 있지. 아무리 정신과 환자라도

생명에 위협이 없는 이상 강제로 병원에 잡아 두지는 못하거든.

 

내 말 좀 들어봐. 이 여자가 집에 오더니 며칠동안 집안 청소를 좀 한 거 있지.

화면에 보니까 사람이 걸어갈만큼 방에 오솔길을 만들어 놓았어.

당신도 한 번 생각 해 봐. 오솔길은 산에 있는 게 오솔길 아니야?

어떻게 집안에 오솔길이 있지?

 

그리고는 본격적인 부부싸움이 시작된 거야. MBC 취재팀이 왜 집안을 좀 더

치우지 않느냐고 공손하게 물었더니 이 여자 왈, 남편이 자기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퇴원 후에 자기한테 폭언이 심해서 집안 청소를 못하겠다는 거야. 남편이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집안 청소를 해 줬더니 누가 청소해 달랬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나. 

 

이윽고 남편은 집을 나가서 차 안에서 열흘을 살다가 정신과의사한테 디립다

야단맞고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 갔대. 그랬더니 그 여자는 가출한 남편을 위해서는 청소를

못하겠다나 어쩌겠다나 했다는 얘기 같은데,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몰라. 나 진짜.

 

이거 뭐야. 이 여자가 집안 청소를 안하는 이유는 뭐야 도대체. 우울증이야? 정신병원

경험이야? 남편의 폭언이야? 뭐야 이거. 진짜. 나 보고 언성을 낮추라고? 응, 미안해. 

그래. 언성을 낮출게 당신이 한 번 말해 봐. 이거 뭐야.

  

© 서 량 2007.11.18